직업재활 서비스 3개월만에 취업‥대회 우승·국가대표 선발 등 성과
“국가대표로 국제대회 우승하는 것이 꿈, 대회 열리기만을 기다려”

:2024 장애인e스포츠 국가대표 선발전 시상식. ©한국장애인개발원
피파 온라인 장애인 e스포츠 초신성의 등장. 그야말로 박주현 씨(21세, 지체장애)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하체 사용에 제약이 있고 팔을 90도 이상 들어 올리기가 어렵지만 게임패드를 이용해 피파 온라인을 플레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주현 씨는 지난 2022년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에 입학했다. 코로나-19로 인해 1학년 1학기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돼 학업을 이어 나가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2학기에 대면 수업으로 방식이 바뀌며 건강이 안 좋아졌다.

건강 악화와 코딩 공부 등의 이유로 2023년 휴학을 결정했고, 당시 깊게 매료돼 있던 피파 온라인에 눈길을 돌렸다.

그는 피파 온라인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있었으며, 게임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전 세계의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매력을 느꼈다.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로 손흥민 선수를 뽑을 만큼 축구를 좋아하기에 현실 축구와 비슷한 전략적 요소와 팀 플레이가 필요한 피파 온라인은 그의 마음을 더욱 부추겼다.

그렇게 장애인 e스포츠 대회뿐 아니라 비장애인 e스포츠 대회까지 여러 대회에 참가했다. 하지만 비장애인 대회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휠체어의 접근부터 막히는 수준이었고 자리 세팅 등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들도 굉장히 많아 자연스럽게 장애인 e스포츠 대회를 중심적으로 출전하게 됐다.

부모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대회에 나가고 프로게이머의 꿈을 꿀 수 있었으나 길은 순탄치 않았다.

그러던 중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의 만남이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 지난해 6월 직업재활 취업 알선 서비스를 받았고,  3개월 만인 같은 해 9월 (주)티웨이 에어서비스에 장애인 e스포츠 선수로 취업했다.

취업 한 달만인 10월 용산장애인e스포츠페스티벌에서 피파 온라인 부문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피파 온라인 장애인 e스포츠 대한민국 국가대표 임명장. ©한국장애인개발원
특히 지난해 11월에는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에서 주관하는 국가대표 대항전에 참여해 피파 온라인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박주현 씨는 “국가대표로 선발됐을 때는 대회 우승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회상했다.

흔히 e스포츠 선수의 전성기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라고 한다. 장애인 e스포츠 도 이와 비슷해 고등학교부터 선수로 양성되는 경우가 많고 서로 거의 얼굴을 다 아는 사이인데 20살의 나이에 갑자기 등장해 대회를 휩쓸어 버리니 그야말로 초신성이었다고.

(주)티웨이 에어서비스에 취업한 이후 실력은 급성장했다. 취업 전에도 그의 티어는 상위 2.91%에 해당하는 챌린저 3부였으나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상위 500위까지 올라갔다.

학업을 중단하고 프로게이머의 길을 가는 데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을까? 

그의 아버지는 “전혀 반대하지 않았다”면서 “사실 공부도, 공부보다는 원하는 것을 하라고 했는데 고등학생 당시 즐겨하던 게임 계정까지 삭제하고 공부를 하더니 대학교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본인이 원하는 것을 하는데 잘하기까지 하고 본인도 즐기고 있으니 마음이 좋다. 또한 취업을 하면서 정기적으로 수입이 생기니 가족들에게 한 턱 쏘기도 하고, 원래는 차분하고 소심한 성격이었는데 선수 생활을 하면서 더욱 밝아지고 의욕적이게 됐다”고 덧붙였다.


2024년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취업 우수사례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박주현 씨.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김정훈 팀장은 “박주현 씨를 지원하기 위해 대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다른 경기 내용을 보며 전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대회 준비를 하기도 한다”며 “중요한 경기마다 응원을 다니며 경기 전 조언과 응원을 통해 멘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 e스포츠 선수로서 대회 우승 및 국가대표 선발이라는 성과에 대한 원동력으로 “부모님께서 말씀하셨다시피 주현 씨의 강한 의지력도 한몫했지만,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여러 장애인 선수를 옆에서 지켜보지만 아버님과 어머님처럼 큰 지지를 해주시는 분들은 많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올해는 국제대회뿐 아니라 국내 대회도 개최되지 않았다. 프로선수의 꽃은 대회고 우승이다. 이에 박주현 씨는 대회와 승리를 갈망하고 있다. 특히 국가대표로 선발된 만큼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나가 국제대회에 우승하길 꿈꾸고 있다.

박주현 씨는 “제 목표를 위해 매일 꾸준히 연습하고 전략을 연구하며 멘탈을 강화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장애인 e스포츠의 가능성을 널리 알리고 더 많은 사람이 이 분야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박주현 씨의 이야기는 한국장애인개발원 ‘2024년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 취업 우수사례 공모’에서 대상에 선정됐다.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사업은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08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 받아 총괄 수행 기관으로 선정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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